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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정화 on 2013/10/11
말간 얼굴로 악기를 잡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게 엊그제 같다. 2007년 데뷔 후 벌써 6년. 가수의 꿈을 가진 소년들에게 ‘형들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누군가의 꿈 혹은 희망이 되어가고 있는 5인조 남성밴드, FT아일랜드. 한국에서 자신들을 기다려 준 이들을 위해 준비한 스페셜 앨범 ‘땡스 투(THANKS TO)’의 9월 23일 발매를 앞두고 종훈, 홍기, 재진, 민환, 승현, 다섯 멤버를 만났다. FT아일랜드는 지난 6월 15일 일본 미야기에서 시작해 7월 13, 14일 사이타마에서 막을 내린 ‘FT아일랜드 아레나 투어 2013~프리덤~’ 11회 공연에서 총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오는 9월 28~29일에는 서울에서 FT아일랜드 데뷔 6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려 연습에 매진 중이다. 어린 시절 모습 그대로 장난기 넘치고 솔직하며 당당했던 그들. 여기에 이제 ‘진짜’ 음악을 말하며 음악을 ‘즐기는’ 아티스트의 면모도 더해 한 계단 위로 오른 성장한 모습도 갖추게 되었다. 어디에서든 음악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FT아일랜드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이상 이들을 ‘꽃미남 밴드’만으로는 수식할 수 없게 되리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Q. 멤버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인터뷰하는 거 오랜만이지 않나. 한국에서 FT아일랜드를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홍기 : 팬들에게 고맙다. 그래서 이번에 노래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스페셜 앨범 ‘땡스투(THANKS TO)’에 팬들을 위해 만든 곡이 실린다.
승현 : 홍기 형이 만들었고, 멤버들은 마음을 담아 연주했다. (웃음)
Q. 방금 말한 스페셜 앨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홍기 : 데뷔 6주년 기념으로 나오는 앨범이고 우리가 만든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 만들었다. 미니
앨범 개념이긴 한데 미니 5집 이렇게 나오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스페셜 앨범. 그 안에는 팬들을 위한 노래도 있고, 우리를
기다려 준 사람들에 대한 노래도 있고.
Q. 지난 6~7월 일본에서 아레나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1년 부도칸에 이어 2년만의 대규모 공연이었는데 기분이 어떤가.
승현 : 좋은 경험이었고 또 다른 성장을 한 것 같다.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더 하고 싶어져서 공연 스케줄을 또 잡아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
홍기 : 우리가 콘서트 세트 리스트를 정해서 원하는 구성으로 했던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태프와
함께 한 마음이 되어 원하는 방향으로 콘서트를 같이 만들었다. 일본에서 낸 자작곡도 많으니 그 곡들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의미 있었다.
Q. 아까 보니 사진 촬영 중 대기할 때마다 멤버들이 모여 세트 리스트를 짜고 있더라.
홍기 : 9월 28~29일 서울에서 하는 데뷔 6주년 기념콘서트 준비도 해야 하고. 서울 콘서트가 끝나면 10월 1일부터 한 달간 일본 전역을 도는 제프투어(Zepp Tour)도 있다. 틈나는 대로 준비해야 한다.
Q. 일본에서 부도칸, 아레나도 했으니 이제 남은 건 돔과 스타디움 공연이다. 욕심이 날 법도 한데?
홍기 : 물론, 공연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볼 수도 있을 거다.
팬들에게 콘서트 때 얘기한 적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분명 좋은 부분이긴 하지만 아쉽다고도 했다. 우리는 팬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게 좋다. 그게 더 밴드답고. 서둘러서 더 큰 공연장에서 하고 싶은 욕심도 없다. 제프투어를 다시 하는 이유도 그래서 그런
거다. 팬들과 가까운 데서 호흡하고 싶어서.
Q. 안 그래도 궁금했었다. ‘아레나까지 했는데 왜 다시 제프투어를?’하고.
재진 : 비교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댄스를 하는 그룹은 공연장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유리해지는 게
있다. 보여지는 부분이 중요하니깐. 우리 같은 경우는 소리가 좋아야 ‘장땡’인 건데 공연장이 크면 클수록 소리가 안 좋아진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그 감도 다시 느끼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하게 된 거다.
홍기 : 무엇보다도 제프투어가 더 재미있다. 남자 팬들도 많이 늘어서 이번 투어가 기대된다.
Q. 온라인상에서 멤버들을 애타게 찾으며 ‘형들처럼 되고 싶어요’하는 글 많이 봤다. 해외 남자 팬들의 커버 영상도 꽤 있고.
홍기 : 학교 밴드부 남학생이 우리 노래 카피한 영상을 트위터 멘션으로 보냈더라.
재진 : ‘우리 노래를 어떻게 알지?’싶을 만큼 어린 팬들이 FT아일랜드 노래에 맞춰 연주하는 걸 보면 진짜 신기하다.
홍기 : 더 재미있는 건 일본, 홍콩, 대만 등의 아시아 팬들이 일본에서 낸 노래가 아닌 한국 노래를 카피한다는 거다. (웃음)
Q. 작년 9월 서울을 시작으로 가졌던 ‘테이크 FT아일랜드(TAKE FTISLAND)’ 아시아 투어도 올해 8월 홍콩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홍콩 팬미팅에서 아시아 투어도 다시 시작할 거라고 말했다.
홍기 : 아마 (아시아 투어) 다시 할 것 같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이렇게 1년을 놓고 보면 한
해 공연이 평균적으로 30번은 기본으로 넘는다. 활동도 계속 연결된다. 한국 활동하고, 일본 투어 하고, 그리고 앨범 나오고,
아시아 투어 시작하고, 그거 끝나면 겨울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콘서트 또 하고, 연초 되면 다시 투어 시작하고.
재진 : 다 맞물려 간다. 하나 하고 있을 땐 다른 걸 연습하면서 가는 거고 그게 끝나면 그 다음이 또 시작되고.
Q. 이렇게 바쁘게 활동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FT아일랜드 요새 뭐하지?’라며 소식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싱글 11장에 정규 3집까지 냈는데, 한국에서 일본 메이저 첫 데뷔 싱글 ‘플라워 록(Flower Rock)’밖에 들을
수 없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홍기 : 그 경우는 일본과 한국에서의 스타일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그런 거였다. 요즘 대표님과 일본에서 냈던 우리 자작곡 중 마음에 드는 곡들을 묶어 한국에서 내면 좋겠다고 얘기 중이다.
종훈 : 곡 초이스는 이미 다 끝났다.
홍기 : 아, 그럼 그때 고른 게 그거였나? 한국어 개사는 이미 다 하긴 했다.
Q. 그러고 보니 홍콩 콘서트 때 일본에서 낸 ‘시아와세오리(シアワセオリー)’ ‘블랙 초콜릿(Black Chocolate)’ ‘프리덤(FREEDOM)’ ‘타임 투(Time to)’ 등을 한국어 버전으로 부르더라.
홍기 : 그 날 처음 부른 거다. 콘서트 전날까지 한국어 버전으로 개사 작업했다.
승현 : 리허설 때 한 번 해보고 바로 불렀다. 그래서 홍기 형을 천재 보컬이라고 부른다. (웃음)
Q. 멤버들이 만든 곡 중 가장 애착이 가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꼽아 본다면?
재진 : ‘콤파스(COMPASS)’!
홍기 : 나 같은 경우에는 만든 곡이 많진 않은데 다 애착이 간다. 처음 만들었던 ‘오렌지이로노소라(オレンジ色の空)’도 좋고, ‘블랙 초콜릿(Black Chocolate)’도.
승현 : 종훈 형이 작곡한 ‘라이프(LIFE)’. 콘서트 시작이나 엔딩으로 써도 좋다.
종훈 : ‘고백합니다’. 팬들이 좋아하고 많이 사랑해 주셔서. (웃음)
민환 : ‘유키(YUKI)’.
FT아일랜드 이홍기, 최종훈(왼쪽부터)
Q. 사소한 호기심인데, 일본에서 내는 자작곡 같은 경우 한국어로 쓰고 나중에 번역을 하는 건가?
승현 : 일단 한국어로 테마와 내용을 정한 다음에 그걸 일본어로 조금씩 바꿔 나가면서 쓸 때도 있고. 가끔 시간이
너무 없을 때는 한국어로 먼저 내가 쓰고 일본 회사 측이랑 같이 번역을 해가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주로 메일로 내용을
주고받는데 어떻게 번역이 되고 내용이 바뀌는지, 그 과정에 내가 다 참여해서 끝까지 지켜본다.
홍기 : 멤버별로 가사를 쓰는 법이 다 다르긴 한데 나는 일본어로 번역해 줄 작사가분을 직접 만나서 작업한다. 일본에서 다이렉트로! 그게 제일 빠르고 편하다.
Q. 일본어로 곡을 쓸 수 있을 정도면 (일본어도) 곧잘 하겠다.
홍기 : (일본에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한다.
민환 : 홍기 형은 되게 잘 하는 편이다. 일본에서 결혼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연애 아니고 결혼! (일동 폭소) 다른 멤버들도 못하진 않는다. 친구들과 놀면서 많이 배웠다.
홍기 : 원오크록(ONE OK ROCK), 레드윔프스(Redwimps), 아리스나인(Alice
Nine) 같은 밴드랑 친하게 지낸다. 젊은 남자 배우들하고도 어울리고. 특히 원오크록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이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음악 얘기 많이 하고, 일본이 우리랑 음악 하는 시스템이 많이 다르기도 해서 그런 부분 관련해서 얘기도 하고.
Q. 어떤 시스템에 대해 말하는 건가?
홍기 :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음악 시장 자체가 다르다. 봐주는 시선도 다르고.
Q. FT아일랜드가 일본에서 낸 곡들을 더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홍기 : 우리도 일본에서 낸 곡들을 더 좋아한다. 일본에서는 그 팀의 색깔이 가장 뚜렷하게 나오는 걸
찾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타이틀곡은 무조건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작년에 한국에서 낸 4집 앨범 타이틀 ‘좋겠어’ 같은 경우 여러
가지 상황과 회사 측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했던 것도 있다.
Q. 한국에서 다시 정규 앨범을 낸다면 그때는 멤버들의 자작곡 중 하나가 타이틀이 될 수 있을까?
홍기 : 우리가 좋은 곡을 쓰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 다음 11월에 한국에서 나올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 후보들이 몇 개 있다. 작곡가 형들 노래도 있고. 얼마 전에 재진이가 쓴 곡도 있는데, 그 노래가 굉장히 좋다. 그 곡을
타이틀로 밀려고 한다.
종훈 : 사실, 타이틀곡은 중요하지 않다. 앨범에 실리는 곡들이 좋으면 상관없다.
Q. 그래도 그런 게 있지 않나. 팬들이야 좋아하는 가수가 낸 앨범이니 전곡을 다
들어보지만 대중은 타이틀곡 하나로 그룹의 이미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다 들어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아깝지 않나, (한국에서)
좋은 곡들을 많이 몰라주는 것에 대해?
종훈 : 그래도 괜찮다. 행복하다. 음악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홍기 : 처음에는 우리도 ‘아, 한국에서 더 잘 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음악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아레나 투어 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면서 느낀 거다. ‘이게 진짜
음악 하는 거구나,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Q. 일본과 한국에서의 포지션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홍기 : 색깔 자체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거의 우리를 발라드 가수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건 아니다. 밴드다, 우리는.
재진 : 솔직히 한국에서 하는 건 홍기 형 혼자 나와서 불러도 상관없을 만한 노래들이다. 그렇지 않나?
Q.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다 같이 어우러져서 하는 음악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재진 : 그렇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거다. 밴드스러우면서도 대중의 취향에 맞아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깐. 일본에서 잘 되고 있지만, 물론 앞으로 더 잘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한국 가수니깐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 다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있으니깐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Q. 멤버들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봐 왔는데 ‘우리 정말 많이 컸구나’ ‘많이 성장했구나’ 싶은 순간이 있나.
홍기 : 우리들은 항상 같이 있어서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너네 실력 많이 늘었다’라고 알려주면 ‘아, 맞네, 그러네’한다.
민환 : 일본에서 발매된 우리 공연 DVD를 몇 개 가지고 있다. 옛날 것부터 최근 것까지 봤는데,
불과 1, 2년 전인데도 너무 다르더라. 그걸 보기 전까진 몰랐는데, DVD 하나하나 볼 때마다 우리의 성장이 눈에 띄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나올 아레나 투어 DVD도 너무 기대된다.
Q. 투어 영상 얘기를 하니, 2011년 일본 부도칸 공연에서 민환이
‘새티스팩션(SATISFACTION)’ 드럼 연주를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단독 앵글이었는데 채를 바꿔가며 땀에 흠뻑 젖은 채
열중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홍기 : 유튜브에서 본 건가? 그거 원래는 DVD에 있는 거다. 2장으로 나온 건데 하나는 포커스 자체가 멤버 한 명만 따라가는 거다.
민환 : 사실, 연주할 때 딴생각 많이 한다. 연주하는 건 연습한 대로 나오는 거고. ‘형들 뭐 하고 있나’ 이렇게 보고 그러는데. (웃음)
Q. 딴생각? (웃음) 어떤 생각 하면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건가.
홍기 : 민환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나야 노래하는 사람이니깐 팬들이 잘 듣고 있나, 내 노래가
잘 전해지나 이런 것도 신경 쓰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늘 해왔던 거 하는 거다. 예전에는 잡생각이 안 들었다. 불안하니깐 무조건
집중하고 막 애쓰면서 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여유가 좀 생기니깐 무대에서 멤버들이 하는 것도 보인다. ‘어, 쟤 저거 틀렸네’
이런 식으로.
재진 : 무대 앞에 예쁜 여자가 있네, 비키니 입었네, 힘 난다, 뭐 이런 것도. (웃음)
일동 : (폭소)
Q. 일본에서 있었던 ‘서머 소닉(SUMMER SONIC 2013)’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도쿄(8월 10일) 공연을 보고 온 현지 친구가 분위기 ‘장난’ 아니었다고 말해줬다.
홍기 : 그 공연 ‘대박’ 쳤다. 그런데 그 날 내 바지 찢어졌었는데. (웃음) 점프하고 수건 위로
다 던지고 흥분하고. 그게 원래 우리가 노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FT아일랜드는 그렇다. 신 나는 밴드, 아니면 아예 감성적인
밴드. 여러 무대를 할 수 있는, 겨울과 여름이 있는 밴드다.
Q. 그럼 공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따로 있는 건가.
홍기 : 소통! 우리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확실히 팬들을 잡아당기는 힘이 작아진다. 어느 때는 팬들
때문에 그 텐션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그때 느낀 게 ‘아 이게 팬들의 힘이구나’. 이번에 콘서트 했을 때 목이 너무 안
좋았는데 팬들 보고, 팬들 함성 딱 듣고, 팬들이 대신 노래해 주는 거 들으니깐 목소리가 어떻게든 나오더라.
민환 : 일단 세트 리스트 짤 때 공연의 기승전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신 나게 하더라도, 신
나는 것도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감정선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짜는 편이고. 이것저것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깐 그런 부분까지
생각을 하게 된다. 곡을 분위기에 맞게만 짜는 게 아니라 ‘이거 한 다음에 이걸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하고
있다.
Q. 공연을 위해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거네.
재진 : 옛날부터 내려오는 공식 같은 건데, 아티스트들이 공연할 때 제일 유명한 노래를 많이 하고
모르는 노래는 안 하려고 하는 게 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생각이 많이 깨진 게 공연할 때 좋은 곡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공연에 사용하기 좋은 노래들이 있고 CD로 나왔을 때 좋은 노래들이 있고. 유명한 노래여도 그게 만약 CD용이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공연을 위한 세트 리스트를 만들고 편곡을 해서 공연하면 확실히 다르다. 우리도 그런 걸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연할 때 회사에서 ‘너희 마음대로 해봐라’해서 마음껏 해봤는데 정말 좋았다. 끌어가는 힘부터
다르고, 공연이 달려가는 속도도 다르고, 모든 게 달랐다. 우리의 텐션도 그렇고.
홍기 : 시작부터 멘트 없이 45분을 쭉 달린다. 나는 죽는 거다. (웃음) 그런데 그게 재밌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데도, 그게 재밌다. 팬들도 초반에 지친다. 같이 쉬고, 같이 쭉 달리고. 우리가 팬들을 친구라고 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이 호흡하는 것 때문에.
Q. 공연용 곡이랑 CD용 곡이 다르다고 했는데, 공연용으로 베스트라고 생각되는 노래는?
재진 : ‘좋겠어’.
일동 : (웃음)
민환 : 그래도 그 곡이 분위기는 진짜 ‘짱’인 것 같다.
홍기 : ‘좋겠어’가 처음 나왔을 때 무대 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민 많이 했다. 어깨
돌리는 안무도 뮤비 촬영할 때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스태프가 괜찮은 거 같다라고 해서 어떻게든 한 거고. 그런데 또 이게 방송에서
이슈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유명한 노래가 되었다. 그래서 후렴구 때 내가 이 노래에 맞춰 뛰면 그걸 보는 팬들도 함께
뛰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제는 이걸 대체할 다른 노래를 만들려고 생각 중이다. (웃음) 일본에서는 ‘플라워 록’이나
‘프리덤’ ‘타임 투’ 같은 곡이 공연할 때 좋다.
Q. 말하다 보니 음악 얘기만 했다. (웃음) 요즘 연애는 좀 하고 있나. 한창 젊은 나이인데?
재진 : 요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웃음) 사실 최근 3~4달은 연애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뮤지컬이랑 투어랑 일정이 겹쳐서 하루에 잠을 3~4시간밖에 못 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만! 뮤지컬도 끝났으니 이제
다시 연애를 좀 해봐야지. (웃음)
홍기 : 뭐, (여자 친구가) 있었다 없었다 한다. 지금은 없다.
민환 : 눈이 간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연이 되어야 만나는 거 같다.
종훈 : 난 뭐, 쏘쏘.
일동 : (폭소) 쿨해!
홍기 : 우리는 연애에 좀 쿨한 편이다. 음악을 하기 위해 연애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깐. ‘나쁜 짓’만 안 하면, 마음 맞는 사람만 있으면 얼마든지!
Q. 재진의 뮤지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 ‘하이스쿨뮤지컬’이 끝났다.
재진 : 이번에 여러 가지를 배웠다. 밴드로 오래 맞춰왔고, 멤버들과 항상 같이 있다 보니 팀이
주는 안정감 같은 것이 있었다. 팀으로 활동하면 나 자체를 인정해 주는 부분이 있다. 어떤 모습을 보이든 이게 원래 얘 캐릭터니깐
하는 것들. 그런데 그게 다른 데에서는 안 좋은 모습일 수도 있고 인정하기 힘든 모습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꾸부정한
자세로 다니거나 리듬을 타며 다니거나 하는 것들이 악기를 들고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용서되는 부분이지만 내가 연기를 하며 캐릭터를
표현해야 할 때는 안 맞는 부분들이 있다. 자신감 넘치고 농구도 잘하고 학교에서 인기도 많은 친구(‘하이스쿨뮤지컬’의 트로이)가
자세 꾸부정하게 다니면 안 어울리지 않나.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이런 모습이었고, 이런 것들은 이렇게 해
왔었구나’하고 생각하면서. 물론 노래 같은 경우도 뮤지컬 하면서 도움도 많이 되었고.
Q. 승현도 뮤지컬 ‘삼총사’를 했고, 민환 역시 뮤지컬 ‘궁’에 출연했다. 팀이 아닌 개인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승현 : 책임감을 더 크게 느꼈다. 개인이니깐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것보다 개인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난 그냥 송승현이 아니라 FT아일랜드의 송승현이니깐. 어른들에게 잘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밥도 다 사면서 메인
배우분들, 앙상블분들, 스태프분들까지 전부 챙겼다. 뮤지컬 ‘잭 더 리퍼’에 이어 ‘삼총사’에서 만난 (김)법래 형과는 소주 한 잔
따로 하자고 했는데 워낙 너무 바쁘시고. (웃음) 이번에 선배님들께 칭찬도 많이 받았다. 신성우 선배가 원래 칭찬을 잘 안
해주시는데 무대에 선 내 모습을 보시고 ‘준비 잘했네’라고 말해주셨다. ‘삼총사’의 달타냥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나처럼 하면
되었기 때문에 운도 좀 좋았던 것 같다. 까불까불 하다가도 진지할 때 진지한 캐릭터였다.
민환 : 나는 겁이 많은 성격이다. 드럼을 치다 보니 무대에서도 뒤쪽에 있게 되지 않나. 관객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그나마 형들이 무대에서는 앞장서 주니깐 그동안 겁이 안 났었다. 그런데 혼자 활동하면서 앞으로 나가려다 보니
겁이 많이 났다. 처음에 뮤지컬 하기 전에는 많이 망설였는데 결과적으로는 하길 잘한 것 같다. 무대에 혼자서면서 성격도 많이 고친
것 같다.
Q. 음, 많이 받은 질문일 거다. 같은 소속사인 씨엔블루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홍기 :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환 : 우리도 비교한다. ‘씨엔블루 이것도 하네?’ ‘우리도 이거 해보자’ ‘다른 거 해보자’
하면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쁘게 비교를 하는 것뿐이지. ‘얘네는 이런데 쟤네는 저러네?’하면서.
우리는 같이 음악 하는 동료다.
Q. 종훈의 트위터에서 2012년 마지막 날에 쓴 글을 봤다. ‘뭔가 열심히 했지만 부족한 2012년이었다. 2013년은 부족하지 않게 열심히 하자’라고. 2013년도 거의 다 지났는데, 이번 년은 어떤 것 같나.
종훈 :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이번 년엔 밴드로서 느낀 것도 많고, 록도 라이브도 많이 알게 된 거 같다. 한 계단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다.
홍기 : (멤버들을 향해) 이번 년 지나면 진짜 뿌듯할 것 같지 않아? 한 게 많아서. (웃음)
Q. 마지막으로, FT아일랜드에게 음악이란?
홍기 : 절반. 나의 반은 항상 음악이 차지한다.
승현 : 절대 놓을 수 없는 거. 어딜 가나 들리는 것도 음악이고, 내가 연주하는 것도 음악이고, 그냥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민환 : 음악을 취미로 하는 게 꿈이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일로 하게 되면 하기 싫은 걸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깐. 일로도 할 수 있고 취미로도 할 수 있고, 나에겐 직업이자 놀이 같은 거다.
종훈 : 음악이란, 좋은 데 좋지 않은 것. 라이브 준비하는 것도, 곡 쓰는 것도 정말 힘들 때가 많다. 그런데 막상 결과를 보면 기분이 좋으니깐.
재진 : 음악은 ‘스베떼(전부)’! 내 인생 자체가 음악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해프닝도 다 음악으로 인해 생겼다. 음악 덕분에 사랑하는 멤버들도, 팬들도 만났다. (웃음)
글,편집.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멤버별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10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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